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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국가란 무엇인가_유시민_제7장 진보정치란 무엇인가

by 질문하는시민 2023.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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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두 보수적이다 - 베블런

p.204

자유주의 국가론은 단순하지 않다. 산업화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수정치세력의 국가론으로 널리 인정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국가가 악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하는 데 중점을 두는 쪽이 있는가 하면, 자유주의적 기본 질서를 튼튼히 하면서도 시장에서 벌어지는 불의를 바로잡고 선을 실현하는 데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보는 쪽도 있다. 자유주의 내부에도 보수와 진보가 있는 것이다.

p.207

진보와 보수는 사유습성과 생활방식, 제도의 변화에 대응하는 정신적 태도를 가리킨다. 진보는 생활환경의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사유습성과 생활방식, 그에 따르는 제도의 조정 필요성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려는 정신적 태도이며, 보수는 익숙한 것을 지키려 하다보니 변화를 거부하게 되는 태도를 말한다. 보수의 핵심은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옳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진화의 법칙을 인간의 제도에 적용하면 "좋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틀렸다"고 해야 마땅하다. 현재의 제도는 과거의 지배적 사유습성을 체현하는 것이어서 오늘의 생활환경이 요구하는 최적의 대응일 수 없기 때문이다.

p.208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의 여집합니다. 보수주의자는 기존의 지배적 사유습성과 생활양식을 그대로 따르려고 한다. 이것은 인가의 삶에서 보수주의가 기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의 변화에 의해 강요당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영원히 보수주의자로 살아갈 것이다. 보수주의는 특정한 계급의 독점적 특성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속성이다.

p.209

유한계급은 보수주의의 몸통이다. 하지만 그들이 알량한 기득권을 지키려고 변화를 거부하는 건 아니다. 그와 같은 통념은 유한계급에 대한 부당한 모용이다. 사유습성과 생활양식을 바꾸고 조정하는 직업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유한계급은 돈과 권력이 있기 때문에 이처럼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다. 어지간한 생활환경의 변화에는 압력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현존하는 제도와 지배적 생활양식은 모두 좋고, 옳고, 합당하고, 아름답다고 받아들인다. 그들에게 보수주의는 고상하고 품위 있으나 혁신은 천박하고 나쁘다.

p.210

가난한 사람들은 너무나 가난한 나머지 혁신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보수적이다. 기존의 사유습성을 바꾸는 것은 유쾌하지 못한 일이며 상당한 정신적 노력을 요구한다. 변화된 환경이 무엇인지, 나의 정신적 태도가 어떠한지,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기존의 사유습성을 바꾸는데 대한 본능적 저항감을 극복하려면 힘겨운 노력을 해야한다. 지배적 생활양식에 순종하면서 일상적 생존투쟁을 견뎌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 과업을 수행하기 어렵다. 풍요로운 사람들은 오늘의 상황에 불만을 느낄 기회가 적어서 보수적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보수적인 것이다. 생활환경 변화에 적당한 압력을 느끼면서도 학습하고 사유할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 가장 뚜렷한 진보주의 성향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p.211 - 222

새는 좌우 두 날개로 난다. 보수주의는 생물학적 본능이고 진보주의는 목적의식적 지향이다. 보수가 구심력이라면 진보는 원심력이다. 사회는 진보와 보수가 있기에 유지되고 발전한다. 진보주의자만 있는 사회는 안정성이 없을 것이다. 생활환경의 사소한 변화조차도 통제할 수 없는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혁명으로 번져나갈지 모른다. 반면 보수주의자만 사는 세상에서는 혁신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 사회는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모샣 몰락할 것이다.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둘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p.222

진보주의는 새로운 사유습성을 창조하여 지배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운동이다. 진보는 본능을 거슬러 간다 그래서 쉽게 단결하지 못하며 작은 오류만으로도 쉽게 무너진다. 한번 무너지면 복구하기 어렵다. 진보는 바람을 거슬러 나는 새,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물고기와 같다. 열정과 신념이 무너지면 바람에 날리고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게 된다. 평생 진보주의자로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자유를 확대한 것 - 이남곡

p.217 

진보는 인간이 행복을 위해 자유를 확대해나가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에서 인간을 해방시켜야 한다. 이것을 지향하는 게 진보주의다. 인간의 자유를 얽어매는 것은 세 가지다. 불합리한 제도, 물질의 결핌, 낡은 생각이다. 진보는 첫째,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노예제도, 신분제도, 계급제도, 독재, 자의적인 국가폭력 등 불합리한 제도는 인간을 억압하고 자유를 박탈했닥. 인간은 수 많은 사회혁명과 점진적 개량을 통해 자유를 증진해왔다. 둘째는 물질의 결핍에서 인간을 해방하기 위한 생산력 발전이다. 자유는 물질의 절대적 결핍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숨 쉬지 못한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발전도 진보에 큰 기여를 했다고 인정해야 한다. 셋째는 인간의 의식을 변혁하는 것이다. 타인과 자연을 침범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남에게 먼저 양보하고 싶어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과학, 종교, 여성운동도 진보의 중요한 영역이다.

p.218

진보는 현재 자신의 사유습성과 생활양식을 객관적으로 보고 그것과 환경의 변화사이의 불일치나 부조화를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생각이 막히고 닫히는 순간, 기존의 사유습성에 갇시는 순간 그 사람은 진보와 멀어진다. 중요한 것은 사회관계와 물질, 의식의 모든 면에서 행복을 위해 자유를 확대하고자 하는 진보의 방향을 의식하고 유지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p.220

정치를 "국가를 운영하거나 국가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으로 규정한다면, 진보정치에도 그 나름의 국가론이 있어야 한다.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에 비판이론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진보정치를 하려면 정치 그 자체를 의미있는 활동으로 인정하는 진취적 국가론이 필요하다.

"도덕에 개입하는 정치는 회피하는 정치보다 시민의 사기 진작에 더 도움이 되며 더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더 희망찬 기반을 제공한다."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국가의 텔로스(목적)는 정의

p.222

훌륭한 국가는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시민 각자가 훌륭하지 않아도 시민 전체가 훌륭할 수는 있겠지만, 시민 각자가 훌륭하면 더 바람직하다. 각자가 훌륭하면 전체도 훌륭할 것이기 때문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p.225

소로가 원했던 국가는 "모든 사람을 공정하게 대하고 개인을 한 이웃으로 존경할 줄 아는 국가"였다. - 소로 '시민의 불복종'

 

복지국가론

p.226

복지국가는 선을 행하는 국가의 한 형태, 또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의 조합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이것은 마르크스주의 국가론과의 분명한 결별을 의미하며, 그런면에서 진보정치세력의 사상적,실천적 발전을 반영한다.

p.227-228

복지국가의 주요 기능은 세가지이다. 첫째, 국가의 규제를 통해 일정한 수준에서 시민들을 경제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둘째, 조세징수와 보조금 지급을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일이다. 셋째, 시장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와 공동장비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같은 내용을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복지국가는 조직화 된 권력으로 시장법칙을 세 방향에서 수정한다. 첫째 개인 또는 가족에게 노동의 시장가치나 재산 수준과 관계없이 최저소득을 보장하고, 둘째 질병과 노령, 실업 등 개인과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에 대한 불안을 줄이며, 셋째 계급적 귀속이나 사회적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시민에게 일정한 수준의 사회적 서비스를 보장한다.

복지국가는 시민들에게 훌륭한 삶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국가를 꿈꾸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국가론에 부합한다.

p. 229

오늘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타인의 폭력이나 외부의 침략만이 아니다. 빈곤, 실업, 산업재해, 소득 없는 노령, 시장거래를 통한 경제적 강자의 착취 등 홉스의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사회적 위험이 시미의 안전을 위협한다. 모든 위협ㅇ레서 시민을 보호하는 것을  국가의 목적으로 인정한다면, 홉스조차도 복지국가론을 일정 부분 받아들일 것이다.

p.230-231

사회적 연대를 구현하는 복지정책은 세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사회보험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이 다섯 가지 사회보험을 통해 질병, 고령, 실업, 산업재해와 같은 사회적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한다.

사회보험은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든 시민들이 가입하여 소득에 비례하여 책정되는 보험료를 납부하고 필요한 혜택을 누린다면 면에서 시민들 사이의 수평적 연대를 실현하는 제도이다.

둘째는 공적부도다. 이것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한 헌법 제 34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조항은 어떤 국민이든 소득과 재산이 적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할 경우, 그 원인이나 책임소재를 가리지 않고 공동체의 지원을 요청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공적부조는 국가가 자기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실시하는 정책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떄문에 공적 부조는 선별적 복지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선별적 보비정책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셋째는 보편 서비스이다. 이것은 어떤 정책수요를 가진 국민 모두에게 국가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적부조 형태의 선별적 복지 서비스를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면 보편적 서비스가 된다.

p.233

사회보험제도를 더 강화하고 발전시키자는 데는 특별한 이견이 없다. 논쟁의 초첨은 국가가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를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제공하느야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는 가능한 한 많은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기를, 그리고 가능한 많은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시민들의 훌륭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일에 국가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 반면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장듀와 삶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수자유주의자들은 작은 정부를 선호하며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개인의 책임을 더 중시한다. 그 사이에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책임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 진보자유주의자들이 있다. 그들은 개인의 자유와 삶에 대한 그 자신의 책임을 일차적으로 중시한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는 사회적 공동선, 기회균등,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 도덕과 민주적 개입을 요구한다. "내 인생은 내가 설계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요식으로 살며 내 삶은 내가 책임진다. 그 대신 국가는 국가가 할 일을 제대로 하라". 그런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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